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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지 못하는 공간 - 베란다

늘짝이 2022. 4. 11. 20:29

즐기지 못하는 공간 - 베란다

 

요즘 창밖이 익숙하다보니 베란다에 앉아 바다를 보며 커피 한잔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처음엔 눈만 뜨면 가서 앉아 있었는데.

지금은 서서 보는 정도.

그때의 한가로움과 여유로움이 많이 없어서 그런건 아닌지.

 

그래서 오늘 해가 지는 시간부터 베란다에 앉아있었다.

커피를 마시며 바다멍을 하다 가시리 다녀 온 글 하나 올리고 나니 어느새 밖은 등대 불빛과 항구의 불빛만 남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었다.

바다 앞이라 해가 지면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해가 지면 밖을 나갈 수 없다. 무서워...

서울 같으면 상가들이 많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있어 혼자서도 잘 다녔는데,

여긴 대낮에도 오일장이 아니면

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혼자 다니는걸 포기하는게 낫다.

 

오늘은 곧 비가 오려는지 바람에 무게가 느껴졌고, 제비들도 낮게 날아다녔다.

 

또 해무가 순식간에 바다를 

가려버렸다.

습했다. 조금.

 

그래도 뭔가 신비롭게 느껴져

바다에서 뭔가 나타날 것 같은...

그런 철없는 상상을 오늘

또 해봤다.

 

해무가 있어도 해녀들은

여전히 물질중이고,

 

오일장 서는 날이라

주변은 시끌벅쩍하고,

 

우리 집 건물은 오늘도 

소방전이 오작동을 해

건물이 떠나갈 듯 울려대고...

 

 

 

 

 

관리실에 전화를 했다.

출입 자동문이 열린채 닫히지 않아 한 번.

어머니 오시던 날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한 번.

소방전 오작동 사이렌소리로 한 번.

 

아무도 불편하지 않은가보다.

나는 오지랖인가?

소방전 고치러 온 기사님이 나한테 응급처치 방법을 문자로 알려줬다. ㅎㅎㅎ

뭐니...

 

뭐 이러다 오늘 하루도 다 갔다.

 

좀 전 글쓰기 바로 전에

찍은 사진인데

지금은 창밖이 시커멓다.

 

내가 켜 놓은 촛불 하나와 음악,

노트북 불빛만 있을 뿐.

 

아! 마리모

요즘 컨디션 최상이라 매일 동동 뜨는

마리모와 함께.

밤엔 자는지 내려가 있다 아침이 되면 떠 오르는 

기특한 녀석과 함께.

 

한동안 무심했던 베란다에서 오늘 한 참 있었다.

지금이 노을 질 때면 참 좋은데...아쉽다.

남편은 다음엔 마당있는 돌집에서 살아보자는데 그럼 눈 앞에 바다가 없다는 것이라 일단 반대하고 있는중이다. 

그렇기에...

있을 때 실컷 보고 누려야하는데, 익숙해지면 소홀해지는 것은 어느 것이나, 어느 곳에서나 다 그런가보다.

그래서 '후회'라는 것이 따라다니나 보다.

 

돈 들지 않는 즐거움은 충분히 즐기는것이 맞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