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짝이 하루 일기 17

장난감인줄~

장난감인줄~ 제주아이: 선생님, 여기 와봐요. 육지교사: 왜? 제주아이: 이거 너무 진짜같아요. 육지교사: 뭔데?? 아~~ 잠시만 파리채를 가져왔다. 육지교사: 조용히, 움직이지마! 제주아이: 흡 (숨을 들이켜고 입을 막는다) --> 뭐 그닥 입까지 막을 일을 아니었는데 너무 말을 잘 들어주네. 찰싹! 육지교사: 잡았다! 제주아이: 파리예요? 육지교사: 응, 엄청 큰 파리네. 제주아이: 난 장난감인줄 알았네. 제주 파리는 정말 컸다. 그래서 제주아이는 요즘 한창 활동중인 곤충교구 중 하나인줄 알았나보다. 이번에 알았다. 보육실에 왜 파리채가 있는지.

사람은 사람과 함께 있는게 맞다.

사람은 사람과 함께 있는게 맞다. 늘상 사람들 속에 있던 사람이 사람들 밖에 있으니 그냥 '이방인'이었다.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제주에서 처음 만난 분은 공인중개사님. 그 다음은 오일장 과일가게 사장님. 주구장창 집에서 바다만 보거나, 걷거나, 코로나로 인해 차로 여기 저기 사람들을 피해 다녔다. 좋다, 좋다, 하며 지냈는데 어느 날, 어느 순간부터 내가 알고 지낸 모든 사람들이 궁금하고 보고싶어졌다. 마치 이국땅에서 걸린 향수병처럼.. 맛집도 더이상 맛있지 않았고, 카페도 더이상 내 흥미를 끌지 않았다. 육지에서 내려 온 사람들 대부분이 1년안에 그런다더니 나도 그런가보다. 그래서, 정착하려 내려왔다가 2년안에 다시 육지로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여기 현지인들은 그닥 정을 쉽게 주지 ..

주유소에서 받은 선물

주유소에서 받은 선물 요즘 제주의 기름값은 그나마 좀 내렸다. 일주일새로 몇십원씩 올라 2,400원을 훌쩍 넘어가다 이제서야 평균 1,970원정도 한다. 가끔 좀 더 싼 곳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런 곳은 꼭 주유를 하고 나서야 보게된다는... 어제 동네에서 주유를 하고 출발하려는데 직원분이 양파 한 망을 들이밀었다. "안사요~~" 하려는데 "70,000원 이상이라 드리는거예요." 라며 햇양파를 주셨다. 헉! 생수도 아니고 티슈도 아니고 양파를... 내 주먹보다 큰 양파들이 가득 든 양파 망을 받아 들었다. 제주는 역시 남달라. 마침 집에 양파 하나도 없었는데 암튼 반갑웠다. 실속있고 좋네. 뭐~ 담엔 무나 마늘도 주시면 좋겠다. 친한 지인분이 다음엔 횟감주는거 아니냐구 ㅎㅎㅎ 한적한 길가엔 우리를 나온 소..

돌고래가 신났다.

돌고래가 신났다. 바다가 잔잔하면 어김없이 돌고래가 궁금해진다. 오늘은 있겠군...하면서. 얼마전엔 집 베란다에서 지나가는 돌고래를 봤다. 처음이었다. 집에서 돌고래를 본 것은. 항상 돌고래를 보려고 근처로 갔는데 이게 웬 횡재인지 집 앞이 바다인게 이럴 때 조쿠만. 뭐,, 그 뒤로 아직 재회는 못했다. ^^ 어제 신화월드에 있는 프리미엄아울렛 구경을 갔다가 딱히 볼만한게 없어 아쉬운대로 수월봉 단골 건어물집에 들러 쥐포를 사가지고 집으로 향했다. 수월봉부터 차귀도까지 있는 건어물 가게들은 반건조 오징어, 쥐포 등을 파는데 서울보다 훨~~~ 싸고 양도 많다. 특히 쥐포는 어른 손바닥보다 큰거 10장에 만원. 그걸 2묶음 사면 제법 오래 먹는다. 집에 가는 길을 해안도로를 타고 오다보면 돌고래를 자주 보기..

마리모 뜨다!

마리모 뜨다! 우리집엔 자잘한 반려식물들이 있다. 물론 난 아니다. 난 뭘 동물이든, 식물이든 키우는 것에 재주가 없다. 남편이 동식물에 애정이 깊다못해 초집중한다. 유*브를 보고 또 보며 어항의 이것저것들을 챙기고 여름에 아이스커피 마시던 유리잔에 수상식물 이것 저것을 키운다. 제주로 올때 가장 걱정했던 것이 6년째 키우고 있는 거북이의 생존이었다. 비행기로 못데리고 오니 자동차 탁송할 때 뒷트렁크에 넣으며 엄청 걱정했지만 잘 살아서 왔다. 한...1주일 배멀리하는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다 점차 살아난 녀석. 지금은 뭐~~ 그 중에 마리모도 있다. 남편이 육지에서도 키웠지만 우리 둘 다 마리모가 뜬 것을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런 마리모가....마리모가 오늘 드디어 떴다. 환기 후 창문 닫으러 베..

들으면 단번에 할 수 있는가.

들으면 단번에 할 수 있는가. 우리는 대부분 어떤 것에 대한 요구나 요청, 지시, 의견 등을 들을 때 나에게 유익이 되는 것을 확실히 알 때를 제외하면 단번에, 단 한번에 그것을 하고 있나? 음... 우선 나는 머뭇거리는 일이 많이 늘었다. 예전과 다르게 '즉시'를 많이 잊어버린 것 같다. 전에는 마음에 들으면 '예' 하고 행하던 일들이 많았는데.. 어떤 때는 늘 그래왔는데... 그런 내가 점점 땅을 고르고 있다. 어디에 누워야 돌에 덜 베길것인가...하며 돌맹이 들이 덜 있는 곳을 찾듯이. 하루종일 생각해 봤는데...음...그것은 내 환경에 '여유'라는 것이 생기면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질의 여유, 환경의 여유, 시간의 여유들이 나를 이리저리 재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더라. '예, 제가 하겠습니다.'..

길을 걷는다는 것

길을 걷는다는 것 탁 트인 제주의 길을 걷다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여기까지 와서 걷게 된 이유랄까... 여기서 걸어다니는것은 내 인생에 있었던걸까. 여기서 매일 보는 바다와 하늘과 구름과 별은 내 인생에 있었던걸까. 창문도 없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수시로 생기는 일들을 처리하고, 그러다 답답해지면 나와 같은 상황의 보내고 있는 분들에게 전화해 잠깐의 숨을 쉬던 그 시간이 그닥 오래된것이 아니라 아직 현재가 현재같지 않은걸지도 모르겠다. 그 버거웠던 시간이 지금은 조금 그립다. 함께 그 버거운 시간을 견뎌내던 분들이 그립다. 내 그 시간에 함께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일지도... 요즘, 어떤 것을 위한 집중 중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을 쏟다보니 글 올리는 정성이 점점 ..

명절과 시어머니

명절과 시어머니 제주에 내려와 두 번째 명절, 설. 이번엔 어머님과 함께 보내려 모시고 내려왔다. 설 며칠 전에. 남편이 비행기를 타고 서울 올라가 모시고 내려왔다. 역시 마중은 공항이야. 고속버스터미널이었다면 조금 덜 했을 반가움이랄까...ㅋ 암튼, 어머님이 오셨다. 그 오시기전까지 나는 바빴다. 나름 9일의 식사 메뉴를 머리로 생각해 장을 봤다. 냉장고 터질만큼 구겨넣었다. 그리고 새로 산 이불세트 세탁과 집 대청소. 얼마만의 대청소인가! 내려오시는 당일 새벽 공항으로 출발하기 위해 집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와~~~ 고장났어. ㅎㅎㅎㅎ 문이 안닫힌다. 뭔가 걸려 다시 열리고, 닫히다 다시 열리고... 그러면서 삑...삑....삑... 새벽 5시 반에....미쳐. 새벽이라 고장신고도 못하고, 그 조용한 ..

매번 다른 김치 맛

매번 다른 김치 맛 우리집은 김치를 많이 먹는 편이 아니라 마트에서 사와도 제법 오래 먹는다. 더우기 반찬을 사거나 김치를 사 먹는 것에 나보다 더 긍정적인 남편덕에 음식에 대한 부담감이나 스트레스는 없다. 특히 김치는 오히려 말리는 편. 왜? 너무 양을 많이 하니까. 그리고 매번 맛을 다르게 하는 특기가 있어서... 그래도 굴하지 않고 담겠다고 하면 적극 지원은 해 준다. 그래서 담궜다. 나름 설렁탕집 깍두기랑 겉절이 무 3개, 배추 한포기를 사와 내가 매우 큰 도움을 받고 있는 '만개의 레시피' 어플을 보며. 시키는대로 했다. 근데 사진을 보면 무 모양이 제각각인데, 이것은 무를 써는 동안 갈등을 너무 많이 했서 그렇다. 첨엔 커다랗게 어플이 시키는대로 큼지막하게 썰다가 가만...생각하니 '이거 어차..

넘어진다는 것.

넘어진다는 것. 어떠한 것을 열정적으로 하다보면 그 '열정'이란 함정에 빠질 수 있는 것 같다. 열정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만큼, 내가 그 열정에 첫 발을 디뎠을 때를 잊어버리는걸까... 그 첫 발엔 분명 소명이 함께였을텐데. 어제, 개인의 열정이 소명을 감싸버리면 일어날 수 있는 한 분의 이야기를 들게 되었다. 하지만 나름의 시간속에서 봐 왔던 그 분이 열정의 함정에 빠질거라고 생각도 못해봤고... 아니, 지금도 오해가 있었을거라 생각이 들만큼 남들이 사실이라는 그 말을 아직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마음이다. 그 분의 행하심에 함께 동행도 해 봤고, 그 분의 말씀을 앞자리에서 들어도 봤고, 더욱이 나에게 일어난 놀라운 일을 그 분과 함께 했었기에... 허탈하기도... 서운하기도... 참담하기도... 씁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