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과 시어머니
제주에 내려와 두 번째 명절, 설.
이번엔 어머님과 함께 보내려 모시고 내려왔다.
설 며칠 전에.
남편이 비행기를 타고 서울 올라가 모시고 내려왔다.
역시 마중은 공항이야.
고속버스터미널이었다면 조금 덜 했을 반가움이랄까...ㅋ
암튼, 어머님이 오셨다.
그 오시기전까지 나는 바빴다.
나름 9일의 식사 메뉴를 머리로 생각해 장을 봤다.
냉장고 터질만큼 구겨넣었다.
그리고 새로 산 이불세트 세탁과 집 대청소.
얼마만의 대청소인가!
내려오시는 당일 새벽 공항으로 출발하기 위해 집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와~~~ 고장났어. ㅎㅎㅎㅎ
문이 안닫힌다. 뭔가 걸려 다시 열리고, 닫히다 다시 열리고...
그러면서 삑...삑....삑...
새벽 5시 반에....미쳐.
새벽이라 고장신고도 못하고, 그 조용한 새벽에
문 걸리는 소리와 오래 열려있다고 삑삑대는 소리까지.
출발은 해야하는데 조치를 취할 수도 없고.
메모라도 하고 갈까 하다가 일단 A/S 번호를 찍어 출발했다.
며칠전부터 문이 닫힐 때 한번씩 걸리다 닫혔는데 그게 신호였구나.
공항가는 내낸 마음이 너무 불편하면서
문득,
아주 오래 전 천안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도 이번처럼 일찍, 급하게 나가야하는 상황이었다.
중요한 시험이 있는 날이라 집에서 나왔는데, 와~~~
내가 밤에 버린 재활용품들이 집 앞에 널부러져 굴러다니고
난리도 아니었다.
누가 박스 가져가느라 길바닥에 재활용품들을 그냥
쏟아놓은 것이었다.
정리를 다 하고 가면 시험을 못볼 것 같아 대충 정리하고
가면서 짜증도 나고, 마음도 불편했었는데....
이 엘리베이터 사건이 그날을 떠 올리게 했네.
시간이 촉박한 날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비슷해서.
9시까지는 관리실도 연락이 안되니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어 마음이 무거웠다.
내가 고장낸 건 아닌데도.
남편을 보내고 집에 와보여 여전히 엘리베이터는 그 상태.
아오~~ 신경쓰여.
9시 되자마자 관리담당자에게 전화를 해 조치해줄 것을 부탁한 후에야 마음이 놓였다.
화려한 아침을 맞이한 후 어머님이 오셨다.
일단 어머님도 하루 2끼 드신다고 해서 도착한 날 첫끼는 외식을 했으니
저녁 준비만 하면 되었다.
어머님 입맛과 취향이 있으셔서 그냥 어머님께 갈치조림을 맡겼다.
반찬이 왜 없지? 뭘 많이 산건 같은데...
봄동사서 먹자고 하시네. 음...역시 드실게 없구나...
그렇게 하루 지나고, 다음날부터 식사+관광, 식사+관광, 식사+관광.
북어국 끓이는데 너무 집중해 밥을 하지 않는 날도 있고,
명절맞이 동그랑땡은 소금을 너무 많이 넣어 짰고,
동문시장 구경 갔다 어머님이 사온 우거지 무침은 당췌 뭔 맛인지...(사실 우거지무침은 처음이라)
오일장에서 사라고 한 콩나물과 감자도 그닥...
암튼, 내가 한 음식은 다 맛이 거기서 거기라 어머니 손이 몇 번 안가네. ㅎㅎ
어렵다. 반찬 만들기...
모처럼 날이 좋은 날 나들이 후 외투 소독을 위해 스타일러를 열었더니
헉! 어머니의 가을 겉옷들이 주루룩 걸려있네.
스타일러를 옷장으로 쓰고 계셨어.
여기 바람이 엄청 불어 옷 따뜻한거 챙겨오시라 했드만
누구 말을 듣고 오신건지 죄다 가을옷들이었다.
아오~~
내 경량패딩 꺼내 드리고 속에 껴 입도록 하고 외출때마다 확인했다.^^
입으셨는지 안입으셨는지. 놀러와 병나실까 싶어서.
와 계시는 동안 날씨가 좋은 날이 며칠되지 않았다.
제주 겨울여행은 외부 여행보다 휴식을 위한 여행으로 와야할 것 같다.
너무 강풍이고, 흐린 날이 많아서. 그리고 그 날씨도 수시로 바뀌니...
연세가 있으셔 외출하고 오면 6시에도 7시에도 주무셨다. 다음날까지.
물론 중간중간 일어나시긴해도.
대신 일찍 일어나 막 확인하셨다. ㅎㅎ 문이란 문은 다 열어서 ㅎㅎ
내가 어떻게 아냐고?
문이 제대로 닫혀있지 않았으니까. ㅋㅋ
그렇게 어머님은 여기서의 9일을 보내셨다.
그리고 뭐 하나 두고 가신 거 없이 잘 챙겨 집으로 가셨다.
가시는 날 여기 계신 동안 찍었던 사진도 인화해서. ^^
어머니는 가셨는데 냉장고에 먹다 남은 음식들과 재료들은 남았다.
나는 이것들을 어떻게 해 먹어야하나.
재료는 남았는데 당일은 쫌 허전했다.
꼭 방에서 주무시는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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